김 부장팀과 박 부장팀은 사내에서 늘 라이벌 입니다. 회사 정책상 같은 제품 개발을 두 팀에게 시켜서 항상 경쟁을 시키거든요. 몇 주전에는 사내 영어 시험 평가도 있었습니다. 두 팀 중 더 좋은 성적을 내는 팀에게 특별 휴가를 주기로 했습니다.  몇 일전에 영어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두 팀의 영어 평균 점수가 똑같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특별휴가는 김 부장팀에게 주어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회로 설계를 공부하거나 개발을 하면, Offset 이란 용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Matching (정합) 과 비슷한 개념인데 특히, 대칭 형태의 회로 (예를 들면 Differential 증폭기 혹은 비교기) 에서 등장하는 용어 입니다. 먼저, Offset 이 무엇인지 정성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Offset 에 대한 쉬운 이해를 위해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의 몸은 좌우가 대칭인 구조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못합니다. 한번 두 팔을 쭉펴서 서로 길이를 비교해 보세요. 많은 경우, 길이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다리도 마찬가지죠.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 다른 쪽 보다 좀 깁니다. 이런 경우,  두  팔 혹은 두 다리 간에  Offset 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Offset은 제조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대칭구조의 물건에 항상 존재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잘 만들어도 100% 완벽하게 (다시 말하면, Offset 없이) 대칭이 되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 Offset 이 작을 수록 대칭을 이루는 부분들이 잘 매칭 (Matching) 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Offset 을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두가지 종류의 Offset 에 대하여 듣게 되는데 좀 헷갈립니다. 이 두개를 정확하게 구분을 해야 합니다.

첫번째는 Systematic Offset 이라는 놈이고, 두번째는 Statistical Offset 이라는 놈 입니다. 이 두개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예를 들어 보죠.  좌우가 대칭인 플라스틱 안경테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플라스틱 안경테를 만들기 위해서 쇠로 거푸집 (틀)을 만들고 플라스틱을 녹여 그 거푸집에 집어 넣고 찍어낸다고 해 봅시다. 이런 경우, 안경테의 좌우 대칭은 거푸집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결정이 될 겁니다. 거푸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비대칭이 있다면 찍어낸 안경에 그대로 비대칭, 즉 Offset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여러번 찍어내도 이러한 Offset은 그대로 존재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상관없이, 그리고 횟수에 상관없이 반복되게 나타나는 일정한 Offset 을 Systematic Offset 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Statistical Offset 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죠. 거푸집을 아주 잘 만들어서 좌우가 대칭이 잘 이루어져 있다고 합시다. 다시 말해, Systematic Offset 이 매우 작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거푸집에 집어 넣는 액체 플라스틱이 거푸집 안에서 굳는 과정 중에 여러가지 이유로 (예를들면, 거푸집의 좌우 온도 차이 및 액체 플라스틱의 농도 차이) 좌우가 똑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의 Offset 은 ‘정확히 얼마의 Offset 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찍어 낼 때마다 그 값이 다르거든요. 어떨 때는 크게, 어떨 때는 작게 Offset 이 나타납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는 Offset 을 어떻게 정량적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확률과 통계의 방법을 사용해서 표현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확률통계’ 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찍어내는 회수를 많이 하면 할 수록 그 분포는 정규분포로 접근하게 되고 가우시안 곡선의 형태로 확률밀도 함수가 만들어 집니다. 정규분포가 뭐지? 가우시안 곡선은 또 뭐였더라? 확률밀도 함수?  이러한 용어들이 기억이 나지 않으면 고등학교 수학의 ‘확률통계’ 를 잠깐 살펴보세요. 아무튼, 안경테들을 많이 찍어내어 좌우 Offset 측정하고 이들의 평균값과 표준편차를 구하게 되면 Offset 의 정규분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구해진 표준편차가 바로  Statistical Offset 이 됩니다. 표준편차인 Statistical Offset 의 정성적 의미가 무엇일까요? 표준편차가 크다는 의미는 표본들의 값들이 평균값을 기준으로 크게 변동한다는 의미 입니다.  반대로 표준편차가 작다는 의미는 표본들의 값들이 평균값을 기준으로 작게 변동한다는 의미 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김 부장팀과 박 부장팀의 영어시험으로 돌아가 보죠. 두 팀이 같은 평균점을  받았는데, 왜 김 부장팀이 특별휴가를 받았을까요? 그 이유는 김 부장팀의 영어 성적 표준편차가 박 부장팀의 영어 성적 표준편차보다 작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김 부장팀의 팀원들의 영어 실력은 변동이 크지 않았다는 거죠. 다시 말하면 팀원내 성적이 좋은 사람과 성적이 나쁜 사람들 사이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거죠. 한마디로 모든 팀원이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박 부장팀의 팀원들의 영어 실력은 변동이 컸습니다. 비록 전체 평균점수는 김 부장팀과 같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간에 차이가 컸다는 거죠.

회로설계에서 나타나는 Offset 도 마찬가지 입니다. Systematic Offset 을 작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Statistical Offset 을 작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Systematic Offset은 대칭을 맞춰서 설계하고 특히, 레이아웃 (Layout) 을 잘 하면 최적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tatistical Offset 은 여러가지 요인들 (면적, 공정, 바이어스 전압) 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Statistical Offset 이 전체 Offset 을 결정하게 됩니다. 설계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전체 Offset 은 다음과 같이 결정을 합니다.

Offset = Systematic Offset ± (N x Statistical Offset)

여기서, N은 보통 3을 사용합니다. Statistical Offset 에 3을 곱하는 이유는, 표본이 정규분포에서 ±3배의 표준편차 범위에 들어올 확률이 99.74% 정도로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표본이 이 범위내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는 거죠. 좀 더 보수적으로 Statistical Offset 을 구하기 원하면 3.5 혹은 4 를 곱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회로의 Statistical Offset 을 구하는 방법은 Monte Carlo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구합니다. 동일한 회로를 Monte Carlo 모델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실행하여 나온 결과 값을 통계적으로 처리 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시뮬레이션 툴들이 이 기능은 제공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다. Monte Carlo 시뮬레이션을 하는 방법은 다른 글을 통하여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기억을 해야 할 사항은,

첫째, 모든 대칭구조의 회로에는 Offset 이 존재한다.

둘째, Offset은  Systematic Offset 과 Statistical Offset 으로 구성된다.

세째, Systematic Offset 은 Offset의 평균값에 해당하고 Statistical Offset 은 Offset 의 표준편차에 해당한다.

네째, 전체 Offset 은 Systematic Offset 과 3 x Statistical Offset 의 합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구해진 Offset 이 회로 성능 사양보다 크면 보정 (Calibration) 을 해서 Offset 을 줄여야 합니다. Offset Calibration 은 회로마다 사용되는 방법이 다르고 여러가지 기법이 있기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