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를 전공하거나 그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기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회에 걸쳐 글을 연재 합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재내용]

  •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 아날로그? 디지탈? 혼성모드? 어떤 것을 해야 하지?
  • 시스템 보는 눈을 키워라
  • 영어, 겁먹지 말아라.
  • 우회가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Just Do It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지금은 많이 인식이 좋아졌지만 필자가 대학에서 공부할 때만 해도 전기/전자/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공돌이’ 혹은 ‘공순이’ 이라는 말을 듣곤했습니다. 다른 인기 전공분야 (예를 들면, 법대 혹은 의대) 와 비교되어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적 지위와 보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었구요. 지금은 많이 좋아 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전문가로 존중해 줍니다. 한마디로 신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그런 직종인 거죠. 분야와 경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금전적 보상을 보더라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경력과 실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의 경우,  경력 5~10년차는 기본급과 보너스 그리고 주식을  합치면 15만불~25만불 정도의 보상을 받습니다. 그 이상의 경력과 실력이 인정된다면 25만불~35만불의 보상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고 상위권 회사의 경우는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질 소득은 살아가는 지역의 물가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급여 수준은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 입니다.

Work & Life Balance 는 어떨까요? 아마 이 부분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선, 개인과 가족의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회사 업무 중이라도 개인과 가족을 돌보는 일은 거의 모두 허락이 됩니다. 예로 아이들 학교 생활에 관련된 일, 집안과 가족에 관련된 일,  자기 개발에 관련된 일 등 입니다. 매니저들에게 미리 이야기 하고 전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자유롭게 개인 시간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년에 15일 정도의 휴가를 보장해 주고 경력이 쌓일 수록 더 많은 휴가를 받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들은 Unlimited 휴가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 본인의 일을 확실히 하면 원하는 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잘 수행해야 하는 것은 필수이고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이러한 혜택이 제공한다는 것이죠.

회사에서의 업무는 어떨까요? 이 부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각 나라 문화를 존중해 줍니다. 그리고 개인의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존중해 주기 때문에 회의나 토론은 가능하면 예약을 미리 잡아서 개인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업무 내용 및 스케줄은 매니저들과 주로 의논을 하고 상세한 업무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아마도 처음 미국에서 일하게 되면, 이 부분이  쉽지 않은 부분일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선배와 동료들이 업무를 자세히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죠. 모든 것을 자기기 알아서 찾아가면서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업무 형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내부적으로 업무에 대한 문서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문서를 찾고, 읽고, 이해하고, 실행하는  능력를 잘 키워나가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을 경험하고 나면 새로운 업무에 대한 연구와 대처 능력이 길러지게 됩니다.

회사의 회식 문화를 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좋습니다. 한 마디로 회사의 업무시간 이외에 회식은 없습니다. 가끔씩 프로젝트를 마치거나 연말이 되면 회사 차원에서 혹은 팀 차원에서 파티를 갖기는 하지만 이것도 업무시간 안에서 합니다. 업무시간 이외에는 철저히 개인과 가족의 시간을 존중해 줍니다. 따라서, 업무외 시간에 자신의 개발과 가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혜택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수행과 책임에 의해 보장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가차 없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부분은 정말 냉정합니다. 따라서, 주어진 자율적인 환경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일을 합니다. 조용한 정글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정글속에서 생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글을 뛰어다니며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바라기는 한국의 더 많은 분들이 실리콘밸리라는 정글에서 뛰어 다니며 신나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