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린 박 대리, 김 대리는 그날은 일찍 퇴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한지 1년 된 최 사원의 유학 송별회에 붙잡혔고 결국, 1차 (부대찌게), 2차 (소주방), 3차 (호프집), 그리고 4차 (노래방)까지 끌려 다녔습니다. 매일 야근으로 저질 체력이 된 두 사람은 2차 까지는 생각이 났지만 그 이후로는 생각이 나지 않았고, 누군가에 의해 집까지 배달(?) 되었습니다. 다음날…. 송별회 참석인원 앞으로 나온 ‘1/N (엔분의 일)’ 명세표를 본 박대리와 김대리는 자신은 마시지도, 부르지도 않은 맥주값과 노래값을 울며 지불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들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4차는 기억을 하지 못했고 짱 체력을 가진 신 대리, 왕 과장, 방 차장 만 끝까지 버티며 ‘엔분의 일’ 법칙하에 호강을 했다는 거죠. 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직장생활 때 종종 있는 일 아닌가요?

오늘 글에서는 ‘엔분의 일’ 법칙이 CDAC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CDAC의 기본동작 이해를 위해 가장 기초적인 capacitor의 동작특성을 정성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좀 더 복잡한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 글을 읽지 못하셨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초급] CDAC 기본동작 1

그럼, 시작하죠. 아래 그림에서 그림 C0 와 같이 두개의 capacitor가 VDD와 GND 로 처음에 충전이 되있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이 상태에서 N1 노드 전압은 VDD 가 됩니다. 자, 이제 그림 C0에서 그림 C1과 같은 스위칭이 일어난다면 N1 노드 전압은 어떻게 될까요?  두개의 capacitor가 동일한 전위로 바꾸기 때문에 2C 라는 capacitance를 가지는 한개의 capacitor의 동작과 동일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정한 전하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capacitor 양단의 전압차가 변화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N1 노드 전압은 VDD 에서 2VDD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것은  [초급] CDAC 기본동작 1 [초급] CDAC 기본동작 1 에서 살펴본 것과 동일합니다.

cdac2

이번에는그림 C0 상태에서 그림 C2 상태로 스위칭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한번 생각해 보죠. 그림 C2에서는 N1 노드가 VDD 에서 끊어지고 왼편 capacitor만 GND에서 VDD로 연결이 됩니다. 얼핏보면 왼편과 오른편 capacitor의 총 전하량이 유지 되어야 하기 떄문에 왼편 capacitor의 VDD로의 스위칭은 N1 노드 전압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VDD의 절반 만큼 끌어올립니다. 그 이유는 두 개의 capacitor 들이 사이좋게 전하량을 재분배 (보통, 이것을 charge redistribution 이라고 합니다.)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일반화 시기면, 전위차 변화가 있는 capacitor를 전체 capacitor로 나눈 만큼 변화가 있게 됩니다. 그림 C2의 경우는, (외편 C ) / (왼편 C + 오른편 C) = 1/2 만큼 변화가 일어나고 N1 노드의 최종 전압은 VDD + 1/2VDD = (3/2)VDD 가 됩니다. 이것을 전하량 보존의 법칙을 사용하여 확실히 알고자 하면 간단한 방정식을 풀면 됩니다.

그림 C0 상태에서 capacitor에 저장되는 총 전하량 (Q0) = C*VDD + C*VDD

그림 C2 상태에서 capacitor 에 저장되는 총 전하량 (Q2) = C*(N1-VDD) + C*(N1-GND) = C*(N1-VDD) + C*(N1)

전하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Q0 = Q2가 되어야 하고, 방정식을 풀어보면, N1 = (3/2)VDD 가 됩니다.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매 번마다 전하량 보존의 법칙을 사용해서 방정식을 풀지 말라는 겁니다. 물론, 이해를 명확히 하려면 한 두번쯤은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만 방정식을 통하여 얻어지는 결과를 일반화하여 직관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관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전압 변화가 있는 capacitor 찾는다. (여기서는 왼편의 capacitor 죠)
  2. 전압 변화가 있는 capacitor의 전압 변화량과 capacitance를 찾는다. (여기서는 VDD와 C 입니다.)
  3. 전체 capacitor의 합을 구한다. (여기서는 C + C = 2C 입니다.)
  4. 2와 3에서 구한 capacitance값의 비율을 구한다. (여기서는 C/2C = 1/2 입니다.)
  5. 4에서 구한 비율값에 2에서 찾은 전압 변화량을 곱한다. (여기서는 1/2* VDD 입니다.)
  6. 처음 N1 노드 전압값에 5에서 구한 값을 더하면 최종 변화된 전압 값을 얻는다. (여기서는 VDD + VDD/2 입니다.)

단계가 좀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간단합니다. 변화가 일어난 capacitor를 찾아서 전체 capacitor 합에서 자신이 차지 하는 분량을 찾아 곱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전압변화가 있는 capacitor가 여러개 있을 경우는 하나씩 차근차근 해 주면 (superposition) 됩니다.

저질 체력 박 대리와 짱 체력 왕 과장을 다시 생각해 볼까요? 그림 C2의 오른편 capacitor를 저질 체력 박 대리,  왼편 capacitor를 짱 체력 왕 과장이라고 해 봅시다. 4차 노래방까지 간 저질 체력 박 대리는 완전히 뻗어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GND에 고정). 반면, 짱 체력 왕 과장은 신나게 불러대고 있습니다 (GND 에서 VDD로 스위칭). 하지만, 왕 과장이 내야 할 금액은 VDD 가 아니라 VDD/2만 내면 됩니다. 그리고 N1 노드의 원래 전압값 VDD 에 더해 집니다 (VDD + VDD/2). 여기서, 저질 체력 박 대리가 내야 할 VDD/2는 어디있냐고 말하실 분이 계시겠죠? 스위칭 변호가 없으면 그 값은 여기서 나타나지 않고 단지 왕 과장이 지불할 금액만 나타나죠.

앞서 살펴 본 그림 C0에서 그림 C1으로 변화한 경우를 직관적으로 볼까요? 왼편 C 의 전위가 VDD만큼 변했죠? 그 변화는 C/(C+C) 만큼 처음 N1노드 전압에 더해 집니다.(+VDD/2). 오른편 C의 전위도 VDD 만큼 변했죠? 그 변화 역시 C/(C+C) 만큼 처음 N1 노드 전압에 더해 집니다. (+VDD/2). 최종 N1 노드 전압은 VDD 에서 VDD+VDD/2+VDD/2 = 2VDD로 변합니다.

다른 예제를 통하여 좀 더 연습을 해 볼까요? 아래 그림을 보세요.

cdac3

그림 D0에서 그림 D1로 변화할 경우 N1 노드 전압은 어떻게 될까요?

왼편 C에서의 변화: REF * C/(C+C) = REF/2

오른편 C 에서의 변화: REF * C/(C+C) = REF/2

그림 D1에서 N1의 최종 전압: VIN + REF/2 + REF/2 = VIN + REF

이번에는 그림 D0에서 그림 D2로 변화할 경우 N1 노드 전압은 어떻게 될까요?

왼편 C에서의 변화: REF * C/(C+C) = REF/2

오른편 C 에서의 변화: 0 (스위칭이 일어나지 않았음)

그림 D2에서 N1의 최종 전압: VIN + REF/2 + 0 = VIN + REF/2

어려운가요? 어떤 경우든, 전하량 보존의 법칙을 사용하여 방정식을 풀면 동일한 결과가 나옵니다. 단,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직관력은 떨어집니다. 아무리 capacitor구조 및 스위칭이 복잡해도 이 방법을 사용하면 쉽게 계산이 됩니다. 손으로 계산하지 않고 눈으로 쓱 봐도 머리속에서 암산으로 척척 계산이 됩니다. 각자 여러가지 경우를 그려서 연습해 보세요.

저질 체력 박 대리와 김 대리는 자신은 마시지도,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엔분의 일’ 법칙하에 돈을 내야 했나요? 간단합니다. 거기 같이 있었기 때문이죠. 짱 체력 신 대리, 왕 과장, 방 차장이 ‘부어라’, ‘마셔라’, ‘불러라’ 할 때 두 사람은 어디 구석에서 자고 있었겠죠. 하지만, ‘엔분의 일’은 해야 했습니다. CDAC의 한 노드에 같이 묶여 있는 capacitor 들은 자신에게서 스위칭이 일어나지 않아도 어디선가 다른 capacitor에서 전압변화가 일어나면 전체 변화에 기여를 하게 됩니다.  마시지도, 부르지않은 저질 체력 박 대리와 김 대리 처럼 말이죠.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CDAC구조에 좀 더 가까운 구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실제 comparator에 연결되는 differential CDAC 구조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